기준금리와 콜금리(Call Rate)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며 금융 시장의 핵심 변수인 금리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된다는 생각에 투운사 시험도 끝났을 겸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해하고 있던 금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여 정리하기로 하였다. 서점에서 금리에 관련된 책을 보며 가장 먼저 내 눈에 걸렸던 건 콜금리와 기준금리의 관계였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개월 연속 인상한 것은 이례적으로 무엇보다 물가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은 콜금리 목표제였던 2007년 7∼8월 이후 14년여 만이며, 2008년 3월 기준금리가 적용된 이래 처음이다."
[속보]한은, 기준금리 연 1.50→1.75%로 인상...소비자물가 전망치 3.1→4.5%
소비자물가 5%대 위협…불안감 커져 4월 이어 2개월 연속 인상 `이례적` "연내 2~3차례 추가 인상 전망" 올해 물가 전망 3.1%→4.5%로 올려 경제성장률 3.0%→2.7%로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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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Fed, 기준금리 0.75%p 28년 만에 인상…"7월 추가 인상 가능"[종합]
Fed, 기준금리 0.75%p 28년 만에 인상…"7월 추가 인상 가능"[종합], 물가폭등에 초강수로 '자이언트 스텝' 처방 파월 "7월에 0.5∼0.75%p 인상 가능성" 뉴욕증시는 '안도랠리'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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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기사 내용에서 한국은행은 콜금리 목표제에서 2008년 3월 기준금리로 정책 금리의 적용 방향을 틀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6월 15일(현지 기준) Fed(연방준비제도)가 정례회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친 후 파월 의장의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하였다. 지난달 5월 25일 공개된 5월 FOMC 의사록에서 시사한 0.5% 포인트를 뛰어넘는 199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인상이라고 한다.
아래 표(출처: 나무위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나라마다 기준 금리(정책금리)는 각 나라의 상황에 맞게 사용된다. 기사에서 언급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를 딱 정의 내리면 한국은행이 사용하는 기준 금리는 환매조건부매매 시장에서 적용되는 7일물 채권의 금리를 기준금리라 부르며 미국은 연방기금금리(=연준 기준금리, 미국 기준금리, Federal Fund Rate) 즉, 콜금리를 기준금리라 한다.
한국은행 |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
연방준비제도 | 24시간(1일)물 연방기금금리 |
일본은행 | 24시간(1일)물 콜금리 |
중국인민은행 | 1년물 대출우대금리(LPR) (2019년 9월 20일부터) |
유럽중앙은행, 중화민국중앙은행 | 재할인율(조달금리) |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메커니즘
기준금리
그럼 콜금리는 무엇이며 왜 한국은행은 7일물 환매조건부 채권의 금리를 기준금리로 정하여 사용할까? 우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아래 이미지(출처: 한국은행)는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를 나타낸다.
한국은행이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다양한 금리의 종류(단기 금융 시장 금리, 장기 금융 시장 금리, 예금 금리, 대출 금리) 중에서 초단기 시장 금리인 콜금리가 즉시 영향을 받는다. 이후 단기, 장기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최종적으로 실물 경제에 통화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파급 경로 중 이번 포스팅에선 아래 형광펜 부분만 언급할 것이다.
경제학에 관심이 있다면 1929년부터 1939년까지의 미국발 경제 대공황을 들어봤을 것이다. 주류 경제학이었던 고전학파 애덤 스미스 <국부론>의 가정이 실제 현실 경제와 맞지 않음이 드러나게 된 사건이다. 케인즈의 <고용, 화폐, 이자에 관한 일반이론>이 등장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정치계 여론에 힘을 실어 주게 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방법 중 하나가 통화 정책을 통하는 것이며 통화 정책에 있어서 기준 금리의 결정이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결국 기준 금리란 한국은행(연방준비제도)의 금융통화위원회(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인간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인위적인 변수이다.
콜금리
콜금리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시중 은행이 사업상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알아야 된다. 은행의 가장 큰 수입원은 예대마진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자금 공급자(가계, 기업, 정부)로부터 공급 받은 예금 총액에서 일정 비율을 제외한 나머지 100%를 예금 금리보다 높은 대출금리로 자금 수요자(가계, 기업, 정부)에게 대출해주어 그 예대 이자율 차이에서 오는 현금 흐름을 통해 은행이 유지가 된다.
여기서 은행은 갑작스러운 대규모 예금 인출에 대비를 하여야 한다. 이때 한국은행에 예치해 두어야하는 예금액을 지급준비금(피자 한 조각)이라 하며 예금 총액(피자 한판)에서 지급준비금이 결정되는 일정 비율을 지급 준비율(손님을 위해 냉장고에 보관하는 피자 조각의 비율 1/8)이라 한다.
은행은 은행법 상 매월 한국은행에 지급 준비금을 채워 넣어야 한다. A라는 은행은 지급준비금이 부족하다고 하자. 또 다른 B은행은 지급준비금 이상의 잉여 자금이 있지만 언제 고객으로부터 예금 인출을 요구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이 잉여 자금을 유동성이 떨어지는 만기가 긴 상품으로 판매(대출, 자금 공급)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이 돈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자니 기회비용이 발생하며 수입과 직결된다.
B은행은 잉여 자금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할 것이며 이제 자금의 수요자(A은행)와 공급자(B은행)가 명확해지며 시장이 생겨난다. 바로 단기 금융 시장(Monetary Market) 중 초단기 금융 시장인 콜시장이다.(수요, 공급의 매개 대상이 지급준비금이기 때문에 지준시장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A은행과 B은행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금리 수준이 바로 콜금리가 되는 것이다.
기준금리와 콜금리의 관계
위 결론에 의하면 기준 금리는 정책 방향에 따라 결정되는 인위적인 고정 변수이며 콜금리는 시장의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유동 변수임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이 시기에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제에서 기준금리로 변경) 이후 콜금리가 안정적으로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한국은행은 어떤 식으로 콜금리가 기준금리에 연동되게끔 유지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콜금리가 정확하게 기준 금리(정책 금리)에 커플링 되어야 단기, 장기 시장 금리가 움직일 것이며 최종적으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통화정책이 유효할 테니 말이다. 앞서 소개한 대로 한국은행은 7일물 환매조건부 채권을 사용하여 콜금리를 기준금리에 연동시킨다.
콜시장(지준시장)에 대해 언급을 하였다. 여기서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는데 콜시장에서 자금 공급자의 잉여 지준 규모(자금)를 콜론이라 부르며 자금 수요자의 지준 과부족 규모를 콜머니라고 부른다. 그리고 모든 인간, 경제 주체는 인센티브에 의해 행동하며 그리고 은행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염두에 두자.
콜시장에서 콜론이 증가 한다는 것은 콜론 기관이 많아 진다는 것이다. 즉 너도 나도 필요지준을 초과하여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금융 기관에 잉여 지준을 조달하려 할것이며 자금 공급이 많아 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금융 기관은 서로 더 낮은 금리로 자금 조달을 하려는 경쟁은 콜금리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때 한국은행이 결정 내린 기준금리로 발행한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을 콜론 기관에 매각하여 잉여 지준을 대신 흡수하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낮아진 시중 콜금리 보다 RP매입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RP매입을 선택하게 된다.
콜머니가 증가하게 되는 것 역시 똑같다. 은행 즉 금융기관이 필요지준 과부족을 채우기 위해 콜머니의 수요가 증가한다하자. 이는 콜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게 되며 여기서 한국은행은 RP매입을 통해 지준 과부족에 대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은행 입장에선 낮은 금리로 필요지준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RP매입을 당연히 선택하게 될 것이다.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한국은행은 콜금리가 기준금리를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바로 공개시장운영(조작)이라고 한다.
콜금리 목표제를 정책금리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2008년 3월까지 한국은행이 콜금리 목표제를 기준금리로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한국 은행은 그 당시 기준 금리인 콜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매일 RP를 매입, 매각하였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어야할 콜금리가 고정 금리화 되어 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가 빈번해 졌다고 한다. 차익 거래는 시장 금리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되어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에 문제를 야기하며 정책 금리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 금리에 콜금리가 연동되도록 정책 금리를 변경하게 된 것이다.(참고: 나는 금리로 경제를 읽는다, 김의경)